전시 개요

디자인_조은지

디자인_조은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는 중간지점에서 매년 진행하는 전시이다. 기존 단체 전시의 진행 방식에 관해 물음을 던지며 개인과 공동의 관계를 가시화하는 일련의 시도이다. 전시 안에서, 특히 단체 전시 안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제약과 조건들에 구멍을 내어 작가 개개인을 드러냄과 동시에 참여 작가들 간의 은근한 조율을 유도한다.

2021년 3월에 진행하는 <제2회 꼬리에 꼬리를 물고 : 전시 경기>는 말 그대로 ‘전시 경기(exhibition game)’이다. 스포츠에서의 전시 경기(시범 경기)는 하나의 훈련 과정으로, 승패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기술이나 규칙 또는 플레이어를 소개하는 목적을 지닌다. 이처럼 참여 작가들은 필드 위에서 어떤 상대를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모호한 상태로 개인의 전략을 내세우게 된다.

어쩌면 참여 작가들에게는 전시 참여 제안 메일을 받고 이를 수락하는 것에서부터 그 당시에는 미처 알 수 없는 ‘전시’라는 시점 혹은 지점으로 향하는 외로운 여정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5명의 작가는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참여 작가를 모른 채, 전시 경기에 뛰어들었다. 비누방울, 소소, 요를레이유후, ARP299, Beverly Salt, 그들의 첫 만남은 각 작가의 소개 글이 담긴 매뉴얼을 전달받음으로 시작되었다. 함께 전시를 꾸려나가는 작가들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을 마친 그들은 본격적인 탐색전에 돌입한다. 5명 모두가 합의한 날짜와 시간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각자에게 혹은 서로에게 알맞은 조건을 조율한다. 운동선수들이 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훈련 성과를 점검하고 상대 팀의 전략을 파악하는 시범 경기를 치르듯, 5명의 작가는 2번의 탐색전을 통해 각 참여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전략을 엿보며 자신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가늠해본다.

하나의 필드, 중간지점 안에서 이뤄지는 전시 경기를 위한 5명의 전략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비누방울은 평면 작업에서 그리드 형태에서 비롯된 조형적 조화로움을 표현한다. 안료를 섞어 반죽한 밀랍을 캔버스 위에 올리며 비누방울이 현재 바라보고 서 있는 곳의 풍경을 담아낸다. 비누방울은 중간지점 안에서 작가들의 작업 간의 균형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희끄무레한 색의 페인팅을 주로 했던 그는, 벽을 공유하는 ARP299의 흑백의 사진 작업과 소소의 페인팅에서 볼 수 있는 연한 파스텔 톤 베이스에 포인트로 들어간 블랙과 오렌지색을 참고하여 평소보다 진한 색감의 작업을 시도한다.

ARP299는 사진을 주요 매체로 다루며 사물을 이미지로 번역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에서 그는 ‘비행기’라는 하나의 사물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물들의 목록을 재배열하고 사물의 형태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ARP299는 탐색전 초반부터 코너를 고수하며 두 면에 걸쳐 있는 작업 간의 연결성을 공고히 한다. 중간지점을 둘러싼 5명의 꼬리 물기 속 중간중간에 나열된 ARP299의 5점의 작업은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어낼까.

소소는 어떤 사건을 언어적으로 인지하는 것과 시각적으로 포착하는 이미지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이상적인 조합을 회화로 옮긴다. 언어와 이미지의 틈 사이로 어떤 장치들을 끼워 넣어 그 안에서 새로운 내러티브를 발생시킨다. 작업이 전시 공간 안에서 자리하는 방식, 위치에 따라서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하는 소소는 다양한 크기의 회화 작업을 전시 공간의 벽면과 바닥, 곳곳에 놓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옵션을 준비하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한다.

요를레이유후는 초반부터 자신의 작업이 다른 누군가의 작품 중 어두운 부분을 찾아 그 곁에 그림자로 놓이기를 원했다. 두 개의 회화 작업을 연이어 세워서 설치하는 것을 염두에 둔 소소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여 자신의 짝을 찾게 된다. 그의 영상 속에는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행위를 반복하는 한 인물이 출연한다. 스스로 어떤 이의 그림자가 되어 마치 영상 속 인물이 기댈 수 있는 등을 제공하는 듯한 연출은 평소 작업을 하나의 형식에 제한하지 않고 주어진 시공간에 따라 가장 적합한 형태를 탐구하는 그의 작업 태도가 드러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Beverly Salt는 조각, 조각적인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입체를 이루는 기본 형태의 반복 배열을 통해 삼차원의 입체물을 구축한다. 그는 초반부터 다소 확실한 전략을 내세웠다. 참여 작가들의 소개 글에서 평면을 다루는 작가들이 다수 참여한다는 것을 짐작한 그는 낮게 바닥으로 깔리는 형태의 입체물을 제작하기로 한다. 조각을 다각도로 둘러볼 수 있는 중간지점의 중앙을 선점한 후, 수평적 반복으로 이루어진 입체물의 형태와 질감에 따른 시각적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한다.

비누방울, 소소, 요를레이유후, ARP299, Beverly Salt 5명의 작가는 마치 스포츠 선수처럼 각자의 훈련을 거치고 전시 경기로 만났다. 2번의 탐색전은 각자의 전략에 집중하면서도 중간지점이라는 필드 위에서 함께 적응하는 전지훈련과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드디어 허요, 권소진, 최희정, VDK, 이충현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2차 탐색전을 마치고 작품 설치를 하기 전,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이번 전시는 어디로 흘러가다가 어떤 상태로 멈추게 될 것인지 물음표와 느낌표투성이다. 이상하리만큼 참여 작가들은 서로의 작업이 잘 어우러져 서로 서로가 돋보이는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일정한 조건에 어울리게 맞춰나가는 것, 답이 없는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현재 그들은 각자의 머릿속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지금도 문득문득 생기는 의문은 중간지점 안에 겹치고 겹쳐 결국 어떤 상태로 드러날 것인가.

전시리뷰_삼중주_조주리.pdf

전시 전경